[영화정보]
개봉 : 2008.02.21.
장르 : 스릴러
감독 : 코엔형제(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
숨 막히는 몰입도, 코엔형제 연출력의 정점!
알 수 없는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하고 참혹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는 우연히 거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르웰린이 주운 가방을 찾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잔혹한 살인마 안톤 쉬거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쫒게 되는 나이든 보안관 벨까지 합세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처음엔 그냥 단순히 흔한 스릴러 범죄 영화인줄 알고 봤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 알았다. 이 강렬한 몰입감을 가진 영화는 뭐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도가 엄청난 영화다. 코엔 형제의 연출력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느꼈다.
왜 영화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인가!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팀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인용해 온 것이다. 굳이 의역하자면,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면서 이젠 이해할 수 조차 없이 변해버렸기 때문에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다’에 가깝다. 여기서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라 볼 수 있다. 즉, 이 세상이 상식과 경험적 지혜는 통하지 않고 누군가의 선의가 악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처럼 노인의 지혜와 경험으로 살기엔 예측가능하지 않은 그런 부조리한 사회, 나라를 시사한다.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안톤 쉬거!
희대의 살인마 안톤시거는 일말의 죄책감과 감정의 미동도 없이 무표정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이 영화를 통해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다시 보게 됐다. 세상에 많은 악인의 캐릭터가 있지만, 그동안 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히나 동전 던지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장면이 등장하는 주유소씬에서의 연기는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다. 그는 이 역할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더욱 인지도를 알렸으며, 이 후 많은 광고에서 패러디 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영화 속 비하인드
이 영화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코엔형제는 여느 다른 현대 서부극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나 특성이 전혀 없는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적 언어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전작들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했고 블랙코미디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감독들이지만,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창작 시나리오가 아닌 원작을 각색해 만든 첫 작품이라 부담은 더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명대사로 본 리뷰
“이 동전이 몇 년도 것 인줄 아나? 1958, 이 동전이 여기에 오기까지 22년이나 여행을 한 거지.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안톤 쉬거가 주유를 하기 위해 들린 주유소에서 주인장에게 난데없이 동전 앞뒤 맞추기 게임을 제안하면서 하는 대사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숨 막히는 몰입도를 가진 장면이라 생각된다. 한낱 동전에 자신의 목숨을 걸게 되는 주인의 오금저리는 긴장감을 뛰어난 연출력으로 표현했다.
“인생은 매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그림은 그려졌고 당신은 거기에서 선하나도 지울 수 없어. 당신 뜻대로 동전을 움직 일 수는 없지. 인생의 길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더더욱 없지. 당신이 가야한 길은 처음부터 정해 졌어”
르웨릴린의 아내 칼라진을 죽이기 직전 안톤 쉬거가 했던 대사이다.
“믿고 따른 신념 때문에 자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면, 그 따위 신념을 지켜서 뭘 할 건가?”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그 시간동안 더 많은 것들이 저 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더라고”
“내가 나이가 들면 신이 새 삶으로 나를 찾아올거라 생각했죠. 근데... 그렇지 않더군요”
마지막 엘리스 보안관과 에드톰벨 동료가 나눈 대사이다. 이 둘이 나누는 대화가 이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일 것이다. 삶을 살면서 우연을 통해 인생이 바뀌고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범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매일같이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의 이치를 범죄 스릴러라는 아주 단순한 장르와 스토리를 빌려와 너무나도 통찰력 있고 깊이 있게 표현해 냈다. 원작도 훌륭하지만, 코엔 형제의 담백하고 몰입도 있는 연출력이 없었다면 평단의 극찬도 없었을 것이다. 코엔 형제의 작품 중 바톤핑크, 시리어스맨, 파고, 인사이드 르윈 등 뛰어난 작품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단연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