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12.09.27.
장르 : 드라마
감독 : 폴 슈레이더
출연 : 에단 호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세속적 과거에서 신성한 현재로 이행하는 인물 ‘툴러’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교회 퍼스트 리폼드가 있다. 교회 신도들조차 잘 찾지 않는 이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목사 톨러는 자신의 하루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컴퓨터가 아닌 노트에 손 글씨로 직접 써서 지우고 수정 없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남기기로 한다. 전직 군종목사였던 툴러는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자신의 종교적 믿음에 대해 고심하며 퍼스트 리폼드 교회에서 담당 목사 일을 맡아 보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도 메리가 찾아와 말할 수 없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남편을 만나 달라 간청한다. 급진파 환경주의자인 메리의 남편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환경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으며 이로인해 지구가 멸망할 거라 비관적으로 말한다. 더불어 본인의 아기를 임신한 메리한테도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마이클은 염세주의적 사상을 이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자살하게 된다. 톨러 목사는 마이클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다 교회가 부도덕한 기업과 공모한 사실을 알게 된다. 교회의 잘못된 만행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믿음과 목적을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마지막으로 온몸에 폭탄과 철조망을 휘감고 자기희생적 위험한 일을 계획한다.
다소 어렵지만, 메시지만은 강렬하다.
영화가 다소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종교적이며, 매우 염세적이라 관객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평단에서는 ‘슈레이더 감독이 이 영화를 위해 이 행성에 온 것 같다‘, ’예민하고 묵직하며 비범하다‘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나 역시 영화 초반에 신앙과 영적인 고뇌, 환경 파괴와 같은 다소 심오한 주제들이 나오면서 지루함을 느끼긴 했지만, 주인공들이 느끼는 내적 갈등과 영적인 고민들이 점차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극본과 감독을 동시에 겸한 감독 폴 슈레이더는 전작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가답게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상을 과연 신은 용서하실까’라고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메리의 남편은 이렇게 망가진 세상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말하며, 아이를 위해서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 강력하게 말한다. 죽음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 마이클과의 만남 이후 툴러의 삶도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거대 기업과 맞서게 된 것이다. 스스로 악을 응징하는 방법은 소극적인 기도가 아닌 조금 더 강렬한 메시지로 기도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명대사로 보는 리뷰
"우리가 이 땅에 한 모든 짓을 하나님이 용서해주실까요" / "누가 주님의 마음을 알겠나." / "우리는 선택할 뿐일세. 의로운 삶을"
눈물을 머금고 망가진 이 세상에서의 삶이 회의로 가득한 마이클을 몇차례 만나고난 뒤부터 톨러 목사도 진정한 믿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님이 회복시켜줄테니 오염시켜도 좋은 겁니까" / "하나님이 용서하실테니 죄지어도 된다는 겁니까" /
"정말 하나님이 피조물을 파괴하기 원하신다고 생각하세요?"
톨러 목사는 결심한다. 누군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면 본인이 해야 한다고. 마이클이 남긴 폭탄 조끼를 입고 메리에게는 참석하지 말라 당부하고 예배에 참석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망가진 세상, 과연 신은 용서할까
‘하루가 멀다’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럴 때마다 심각한 줄은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그냥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아니, 오히려 내가 이렇게 환경을 생각해 작은 실천을 한다고 한들 과연 환경오염이 하루아침에 개선이 될 것인가? 그렇다고 하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무사히 자연 재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나의 아이 세대는 과연 무사할까라는 생각을 무수히 많이 했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 속 한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 툴러 목사의 자살테러 장면도 아니다. 영화 중간에 마이클이 자신의 임신한 아내 앞에서 톨러 목사에게 했던 이야기다. 이런 세상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재앙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적 성취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명작들이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영화관을 나오면서부터 생각이 시작되는 영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생각된다. 인간의 탐욕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톨러 목사처럼 세상의 타락에 대해 고민하고 번뇌하는 성직자처럼은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 우울하고 칙칙한 영화만 보느냐고 묻는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해 영화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나아게 사유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매체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