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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 속 시라는 변주

by for 디아고게 2024. 2. 6.

 

 

[영화정보]

개봉 : 2017.12.21.

장르 : 드라마

감독 : 짐 자무쉬

출연 : 아담 드라이버, 골쉬프테 파라하니

 

 

소소함 속의 특별함을 알게 하는 영화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거의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반려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하곤 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가는 것이 유일하다. 그에겐 로라라는 사랑스런 아내가 있다. 컵케이크 사업을 하고 싶어 하면서 갑자기 컨트리 가수가 되고 싶다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영화는 패터슨의 단조로운 일상은 담담하게 비추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지나 여덟 번째 하루가 밝아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매일 조금씩 확장되는 그만의 세계

 영화는 패터슨 지역에 살고 있는 패터슨이라는 한 남자의 어느 월요일부터 다음 월요일까지의 일상을 하루하루 차례로 비춘다. 패터슨의 일상은 버스 운전기사가 매일 똑같은 노선을 반복해서 운전하는 것처럼 매우 단조롭다. 이렇게 단조로운 그의 일상에 유일하게 변주를 주는 것이 바로 시이다. 틈날 때마다 일상의 작은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를 짓는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따분하고 지루할 것 같아 보이지만 그의 내면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풍성하고 다채롭다. 물론 그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때도 있다. 버스가 고장 난다거나 그가 오랜시간 정성스럽게 기록해 놓은 시가 적힌 노트를 그의 반려견이 갈기갈기 찢어놓는다든지 하지만, 이내 또 다시 평정심과 안정감을 찾는다.

 

짐 자무쉬 감독이 써내려간 일상의 완벽한 시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영화적 화려한 재미를 기대하긴 어렵다.  무심한 듯 반복하는 잔잔한 일상만 있을 뿐이다. 마치 영화가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의 일주일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 자체가 한 편의 시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에 위대한 것들만이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듯 이 영화는 아주 작은 변주들만으로도 충분한 리듬을 만들 수 있으며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짐 자무쉬는 이러한 연출을 통해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꾸준히 무언가를 써내려 간다는 것

 패터슨은 언제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시를 쓴다. 일상 속 평범한 사물들도 패터슨에겐 아름다운 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언뜻 보면 패터슨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태도로 삶에 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만의 속도로 일상을 관찰하며 그 누구보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다채롭게 채워간다. 꾸준히 무언가에 대해 관찰하고 쓰는 행위는 자신을 알아가고 또 비워내는 과정의 반복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터슨은 크고 작은 삶의 변주 앞에서 평정심을 찾으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명대사로 본 리뷰
"때론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

 패터슨이 오랜 시간 써온 시가 적힌 노트를 본인의 반려견이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며 허망한 심경을 고백하자 외지인 일본인은 이렇게 위로한다. 때론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와 같은 일상을 사랑하게 하는 영화

 평소 버스운전사나 매일 똑같은 사무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볼 때면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그들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들도 패터슨과 같이 겉으로 보기에 재미없는 일상인 듯 보이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에 우리는 미소 지으며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길 바란다. 하지만 패터슨처럼 매일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며 시를 짓듯이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는 것도 진정한 삶의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 속 패터슨을 통해 일상의 위로를 얻게 되었다. 영화는 매일 똑같고 평범한 운율로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에 등장하는 단어들처럼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