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22.10.12.
장르 : 액션/코디미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호이콴, 제이미 리 커티스
멀티버스라는 세계, 미친 상상력!
가족의 반대를 무릎 쓰고 웨이먼드와 결혼해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해 오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갑작스런 남편의 이혼 요구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더불어 오늘따라 삐딱하게 구는 커밍아웃한 외동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라는 세계에서 수천 아니, 수만의 자신이 다양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들을 빌려와서 위기의 세상과 사랑하는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인생과 허무주의에 관한 고찰
허무주의로 대표되는 인물로 조부 투파키가 등장한다. 에블린과 투파키 모두 다중우주에서의 개념을 모두 깨우친 사람으로 등장하면서, 허무주의라는 사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투파키는 모든 것을 통달하기에 오히려 공허한 눈동자를 가졌으며, 세상은 그저 원자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세상 모든 것은 무한히 팽창하지만 반면 점으로 귀결하는 소멸, 즉 죽음 앞에서 모두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를 전파한다. 영화에서 베이글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투파키는 베이글이라는 블랙홀을 만들어 자신과 에블린을 파괴하려 한다. 고통도 행복도 모든 것이 의미가 없는 삶, 이런 허무주의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다정함이라는 키워드다. 우리는 다정함이 가지는 강력한 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혼돈의 세상 속에서 다정함만이 가장 강한 요소이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미약한 인간들이지만 다정함으로 서로 단단하게 의지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힘을 준다는 것이다.
영화 속 비하인드
코로나 시기에 극장가가 침체됐던 가운데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젊은 층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실제로 1400만 달러로 제작한 영화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각효과나 편집에 있어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은 효과를 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 영화는 재개봉을 하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남우조연상을 제외하고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한 총 7개상을 모두 휩쓸었다.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키호이콴은 20년 만의 스크린 복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인디아나 존스2에 등장한 아역배우가 바로 키호이콴이다. 유약한 가장, 홍콩 스타일의 화려한 액션연기, 화양연화 오마주씬에서 등장하는 신사적인 연기 등 한 작품 내에서 완전히 상반되는 캐릭터를 완벽 소화해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명사사로 읽는 리뷰
”다른 삶이 있다면 당신과 함께 세탁소도 하고 세금도 내면서 살고 싶어“
서로와 이어지지 않은 멀티버스에서 각자의 인생은 성공했지만, 공허한 삶을 산 웨이먼드의 진심이 담긴 고백이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 말이야“
”그럼 그 한 줌의 시간을 소중히 할거야“
”그냥 돌이 되자, 여기선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바람 소리만 가득한 고요하고 적막한 사막에서 두 개의 돌로 변한 에블린은 이야기 한다. 복잡 미묘한 인생에서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 돌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없던 돌에 눈이 생기면서 그래도 가치있는 것들이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들 위해서라도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 말한다.
이 영화는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도 한 몫 하지만 대사 역시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심오한 대사들로 가득하다.
모든 곳에 모든 것이 한꺼번에 될 수 있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을.
과거의 내가 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를 다른 세계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멀티버스의 세계관에서 시작하는 영화이다. 선택의 순간에 결정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나’들이 멀티버스 즉, 다중우주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설정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또다른 나를 멀티버스라는 유니버스 안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모두 끝마친 에블린은 결국 과거의 내가 선택했던 삶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동시에 할 수 있는 내가 되더라도 결국 선택은 과거의 내가 선택했던 가족들이 있는 곳이다. 수많은 가능성을 쫓는 삶 대신 본인이 선택한 눈앞의 것에 집중해 현재를 온전히 누리려는 태도이다. 선택한 것들을 최선의 결과로 만들 수 있는 자신감과 책임감이 중요한 것이다.
정신없는 연출, B급 유머, 알 수 없는 심오한 대사들로 인해 대중들의 취향이 엇갈리는 영화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 임에도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기를 모두 잡은 영화라 생각된다. 화려한 볼거리, 배우들의 연기력, 심오한 세계관 등을 모두 훌륭하게 담고 있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앨 원스야 말로 진정한 멀티버스 영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