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22.01.19.
장르 : 드라마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그
출연 : 매즈 미켈슨, 토머슨 보라센, 라르스 란데
중년의 권태를 매우 흥미로운 술에 대한 가설로 엮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마르틴은 매일같이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배울 의지도 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의욕 없이 수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도 소통 없는 단절된 삶을 산다. 같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인 톰뮈, 니콜라이, 페티르도 각자의 사정들은 저다마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니콜라이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만나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혈중 알콜 농도를 일정 수준 유지하게 되면 창의성과 적극성이 올라가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넷은 다음날부터 술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르틴의 삶은 거짓말처럼 수업에 활력이 생기고 대면대면했던 가족과의 관계도 개선되는 것을 느낀다. 나머지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며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 실험에 가담하며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게 된다. 그러던 중 술이 과해질수록 마르틴은 아내와의 관계는 악화되고 상황은 점점 나빠지자 친구들은 모두 실험을 중단하기로 한다. 하지만 가장 알콜 중독에 가까웠던 친구 톰뮈는 취한 상태로 본인이 일하는 학교에서 추태를 부리다 해고를 당하고 만다. 이로 인한 심한 우울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톰뮈의 장례식을 마지고 나오는 날, 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의 졸업 파티 행렬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르틴을 비롯해 세 친구는 톰뮈라면 이런날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하며 식당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졸업생들 행렬에 섞여 음악에 맞춰 마치 모든 압박과 굴레에서 해방된 것처럼 신나게 춤을 추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술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이 영화는 ‘혈중 알콜 농도가 0.05%가 되면 더 적극적인 성격이 발현 된다’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직접 실험을 시도하는 중년의 남성들에 관한 흥미로운 상상에서 시작된다. 과연 술이 인생에 있어서 활력을 줄지, 아니면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로 안내할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응원하게 된다. 그들의 이런 권태로운 삶이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적당히 기분 좋길 바라며 동료들과 혹은 친구들과 만나 한잔씩 기울인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약간의 술은 인간에게 어느정도의 활력과 창의력을 주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술이 주는 쾌락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톰뮈의 죽음 역시 만취상태에서의 사고일지 자살일지 알 수 없지만 과도한 음주가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한 것 같다.
영화 속 비하인드
이 영화는 다양한 영화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 영화의 처음은 연극용 대본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알콜이 세상에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단순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술에 대한 찬가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감독의 딸 이다에게 듣게 된 코펜하겐 고등학생들의 술문화에 대해 흥미를 느껴 각본을 수정해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딸 이다는 영화 촬영을 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었고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딸 덕에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며 이다를 위해 만든 영화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매즈 미켈슨의 춤추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다. 상당히 수준급의 춤 실력을 선보이는데 이는 그의 실제 경력과도 관련이 깊다. 그는 연기를 시작하기 전 스웨덴의 발레학교에서 10년 가까이 댄서활동을 했다고 하며 더 어릴 적에는 기계체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영화 속 마지막 춤추는 장면은 명장면 중에 하나이다.
음주 뒤에 오는 활력과 공허함이 공존하는 어나더 라운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과 남자 주인공의 매즈 미켈슨은 전작 더 헌트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더 헌트 역시 너무나도 인상 깊게 봤던 영화라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술과 권태로운 인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지 충분했다.
영화 속 세 남자는 결국 술을 끊게 됐을까? 술에 의지 하지 않고도 삶의 활력을 되찾는 방법을 배웠을까? 취하지 않고도 뜨겁게 살아가는 법, 열정을 일깨우는 법을 알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도 원래부터 권태로운 일상을 살아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뜨거웠으며, 열정적이었을 것이다. 다만, 술이라는 촉매재로 그들 안에 잠들어 있었던 열정을 흔들어 깨웠을 뿐이다. 그들의 열정도, 영감도 사랑도 그저 이 권태로운 네 남자 안에 그대로 간직되어 왔던 것일 뿐이다. 술과 인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중년의 아저씨들의 삶을 빌려 북유럽 특유의 과장 없고 묵직한 태도로 보여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