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18.03.22.
장르 : 드라마
감독 : 전고운
출연 : 이솜, 안재홍
포기할 수 없는 것 세가지! 담배, 위스키, 남자친구
미소는 뚜렷한 직업 없이 친구가 사는 집의 가사도우미 일을 해주고 돈을 받아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간다. 하지만, 하루를 위로하는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진한 담배, 그리고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새해가 되자, 작고 낡은 집의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도 올랐지만, 벌이는 여전히 그대로인 삶이 씁쓸할 뿐이다. 애정하는 것들이 계속 비싸지는 세상에서 스스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이다. 월세를 아껴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수만 있다면, 지인들의 집을 돌아가며 신세를 지며 떠돌이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하루살이를 끝없이 응원하게 되면서도 꼰대먀냥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해주고 싶은 양가 감정이 모두 드는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그녀가 서로의 관계를 추억하는 방법
글 제목을 살다가 가끔씩 생각나는 영화라고 적은 이유가 있다. 영화를 처음 접하고 그 이후로 한참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끔씩 영화가 생각이 났다. 보고 싶은 지인이나, 안부가 궁금한 친구가 생각날 때면 나도 미소처럼 계란한판은 아니지만, 작은 선물을 들고 무작정 찾아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중에 나에게도 미소 같은 친구가 찾아와 준다면 어떨까. 고마움일까 번거로움일까, 혹은 내가 미소처럼 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영화 속 미소역시 대학시절 잠깐의 밴드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의 집을 하나씩 찿아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여정을 담담한 시각으로 담고 있다. 그들도 역시 저 마다의 사정을 안고 살아간다. 훗날 그들의 기억속의 미소는 어떤 기억으로 남겨져 있을까, 아니면 미소의 기억속에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 였던 것 같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이 영화는 취향에 관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다. 미소는 일단 4만 5천원을 받지만 쌀을 살 돈은 없어도 위스키와 담배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기 위해 선택적 포기를 하는 삶, 남들의 시선 보다는 나의 취향이 더 우선시 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주변의 잡음쯤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또한, 한약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다는 여주인공의 설정 또한 매우 독특했다. 미소의 남자친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공장에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웹툰작가를 꿈꾸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순수한 영혼이다. 미소는 남자친구인 한솔이 계속 웹툰작가를 꿈꾸며 자신과 삶을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한솔은 현실에 더 무게를 두며 미소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솜이라는 배우의 발견
모델출신 배우 이솜이 이렇게 매력적이었나 재발견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최근에 출연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도외적이면서 당찬 연기를 보여줘서 연기력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배우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여러 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영화에는 이솜이라는 배우 말고도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배우 안재홍, 김재화, 이성욱, 김국희씨가 출연한다.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이다.
명대사로 보는 리뷰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취향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단. 취향과 최소한의 삶을 영유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 희생적 삶의 태도 사이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그런 용기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만 있으면 돼”
미소가 좋아하는 세 가지이다. 감독의 개인 취향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의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든다.
“못 벗어나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이집, 한 달 대출 이자가 얼만 줄 알아? 30년 동안 내야 이 집이 내 것이 돼”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이성욱배우가 연기한 한대용이라는 캐릭터다. 이혼을 하고 혼자 결혼할 때 장만한 아파트에서 폐인처럼 살면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미소에게 한 대사이다. 남들 다하는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무리해서 얻은 집 한 채가 본인의 삶을 짓누르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매일 술을 마셔야 잠이 들 수 있다. 집도 절도 없는 미소가 애써 위로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나은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