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17.02.15.
장르 : 드라마
감독 : 케네스 로너건
출연 : 케이시 애플렉, 미쉘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남자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살고 있는 리는 어느날 갑자기 형 조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비보를 전해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끝내 형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설상가상 형의 유언장을 통해 자신이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리는 조카와 함께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가서 살아보려 한다. 하지만 패트릭은 떠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한편 맨체스터를 떠나기 전 헤어진 전 부인 ‘랜디’에게서 연락이 오고, 애써 잊고 있었던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게 된다.
서로 다른 치유의 속도
영화 초반부터 어두웠던 리의 표정으로 봐서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한 채 우린 그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러면서 그의 치명적 실수가 무엇인지 점차 밝혀지게 된다. 그는 과거 사랑스런 랜디와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 셋을 낳아 둘 다 속속들이 아는 고향에 정착해 행복한 가정을 일구며 살아간다. 여느 때처럼 친구들을 불러 게임도 하며 술을 마시던 때 화재 방재를 위한 난로 칸막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술을 사러 잠시 밤길을 나선다. 그리고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자리를 비운 잠깐 동안 화재가 발생해 세 아이와 아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 것이다. 아내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세 아이는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맨체스터라는 지역은 리에게 있어서 과거의 이런 끔찍했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에 조카와 함께 다시 보스톤으로 떠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카에게 있어 맨체스터는 어렸을 때 함께 낚시했던 바닷가를 비롯해 아버지와의 모든 추억이 담겨져있는 아버지 그 자체인 것이다.
영화 속 비하인드
영화 제목인 맨체스터 바이더 씨는 바닷가 근처 맨체스터라는 의미를 가진 게 아니라, 보스턴 북서쪽에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지명의 이름이다. 주로 카톨릭을 믿는 아이리쉬들이 거주하는 도시라고 한다. 또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케이시 아플렉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상실을 경험한 남자의 심연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명대사로 읽는 영화 리뷰
”자기에게 그런 몸쓸 짓을 했으니 난 영원히 지옥에서 불 탈거야!“
오랜만에 맨체스터로 돌아온 리와 전부인 랜디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리의 끔찍한 실수로 인해 더 이상 가족으로 살아갈 수 없지만, 랜디는 과거 본인이 했던 리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섞인 말들이 이내 맘에 걸린다. 랜대는 새로운 가정을 일구며, 아이도 낳고 다시 새 삶을 살아간다. 리도 하루빨리 정상적인 삶을 살길 바라며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 말하지만, 리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거절하며 발길을 돌린다.
”더 이상 못 버티겠어“
결국 패트릭의 후견인을 포기하게 된 리, 보스턴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리에게 패트릭은 왜 꼭 가야만 하냐고 묻는다. 리는 말한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어쩌면 리는 속으로 한없이 무너져가는 자신을 애써 무시한 채 버티며 살아냈던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는 고향 맨체스터에 다시 돌아오자, 끔찍했던 기억과 마주하게 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 말한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남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영화에는 아내도, 아이 셋도 본인의 실수로 끔찍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등장한다. 서서히 무너져 가는 남자를 담담한 색채로 쓸쓸하게 비춘다.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방에 자신을 가둔 채 배관공, 전기공, 쓰레기 청부 역할까지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속죄하듯 살아가는 삶을 택한다. 언뜻 괜찮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점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애써 왜면한 채 버티면 살아왔다는 것을 느낀다. 또 다시 삶을 견뎌내기 위해 조카는 형의 친구에게 입양이 되고 리는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이 영화는 순간이 바꿔놓은 변화가 한 남자의 인생을 어떻게 서서히 무너뜨리는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야. 라는 진부한 위로도 거부한다. 단지,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위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