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23.03.01.
장르 : 드라마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그가 짊어진 상처와 죄책감의 무게와 부피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대학에서 에세이 작문 강의를 하며 살아가는 찰리는 8년 전 만난 게이 제자 앨런을 통해 성적 지향을 깨달아 연인이 되며 딸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본인의 가족을 버렸다. 그의 연인은 죽었고 그는 어느덧 17살이 된 딸과 뒤늦게 화해하려 한다. 엄청난 몸무게 때문에 온갖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찰리는 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해,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퇴학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앨리는 어릴 적 본인을 버리고 간 찰리의 제안이 반가울리 없다. 매정한 모습과 악담으로 일관하며 찰리를 계속 밀어낸다.
모비딕, 바다 속 깊은 고래의 몸부림
처음 등장하는 주인공을 보면 도대체 어떤 사연이기에 대학 강사라는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도 폭식으로 저 지경에 이르는 비만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찰 리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 일주일의 일상을 통해 한 남자의 인생을 농축해 보여준다. 그의 거대한 몸집은 그동안 얼마나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자신을 방치하며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종교와 성 정체성 사이에서 이 모든 것이 본인의 탓이라며 자책하며 삶의 의욕과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찰리의 시간은 과거 그대로 머물러 있으며 슬픔은 그의 삶, 모든 것을 잠식해 버렸다. 그런 그에게 딸 앨리의 존재는 구원과도 같은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찰 리가 할 일은 딸과의 관계 회복이며, 젊은 날 딸로 인해 본인이 느꼈을 행복을 딸에게도 찾아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영화 속 비하인드
우리에겐 영화 미이라의 남자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브랜든 프레이저가 이번엔 272Kg의 거구로 등장해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분장상을 수상했으며,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무려 6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배우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영화 제목인 ‘The Whale’ 때문에 비만인 혐오 논란도 있었다고 한다. 고도 비만인을 지칭하는 비속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중의적인 표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절대 그런 의도로 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소설 모비딕에서의 문학적인 인용을 염두해 둔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영화 속에 모비딕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랜든 프레이저는 이 논란을 잠식시키기라도 하듯 고래만이 깊은 곳까지 가서 헤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영화는 희곡을 영화화 했다. 그래서인지 대체적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는 찰리의 집이 전부이며, 등장인물조차 몇 안 된다. 연극적 분위기가 짙게 스며있으며 대사마저 연극적이며 독백과도 같다
명대사로 보는 리뷰
“걔에겐 우리 뿐이야.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단 걸 알아야겠어”
이혼 후 오랜만에 찾아온 아내에게 엇나가려는 딸 앨리를 포기하지 말고 잘 돌봐달라고 절규하며 찰리가 하는 대사이다. 앨리는 그저 사악한 아이라며 악담하는 아내에게 그저 앨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거라며 이야기한다. 이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브랜든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기 바래, 앨리”
찰리가 엘리에게 주고자 했던 전재산 12만 달러는 죽어가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도 남을 돈이다. 즉,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건 딸 앨리의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미래일 것이다.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단 하나의 사람, 구원의 대상이다.
찰리의 생의 마지막 순간 힘겹게 내딛은 거대한 한 걸음이 주는 울림이 엄청났으며, 우리 모두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자신의 삶은 비록 후회로 가득하지만 자신의 인생의 끝을 향해 달라가면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은 앨리를 통해 되찾고 싶은 희망이라는 것. 앨리를 향한 죄책감과 후회 희망과 사랑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