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개봉 : 2015.10.29.
장르 : 멜로/로맨스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오로지 커플만 허락된 사회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오로지 커플에게만 허락되는 사회이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홀로 남겨진 자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커플의 삶에 관한 긍정적 인식을 주입하는 교육을 매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구하지 못하거나, 거짓으로 관계를 꾸민 자들은 영원히 동물로 변해 숲 속에 버려지는 처벌을 받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 받고 어쩔 수 없이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자신이 처한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이 되기를 거부하고 혼자만의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나름의 규칙을 지키며 모여 살고 있다. 도망친 이곳에서도 절대적 규칙이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로 서로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는 사랑이 절대 허락되지 않는 이 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을 만나게 된다.
사랑하고 싶다면, 같아져라!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상대방과의 공통분모라는 키워드는 끊임없이 언급된다. 어떤 이는 솔로가 되는 것이 두려워 상대방과의 공통분모를 유지하려고 평생 일부러 코피를 내는 삶을 택한다. 데이비드가 호텔에서 탈출하여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나서도 공통분모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그들의 사랑은 ‘근시’라는 공통점에서 시작된다. 숲 속 우두머리에게 그들이 사랑하게 된 것을 들키게 되자 그녀는 눈이 멀게 되는 형벌에 처해지게 된다. 이 와중에 데이비드는 다른 공통점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근시 외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발견되지 않자, 그들은 도주를 결심한다. 결국 그들의 사랑을 속박했던 것은 호텔도 숲이라는 공간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동일성이라는 내면의 신념이라는 단단한 벨트가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묶었던 것이다.
명대사로 본 리뷰
“그는 깨달았다.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감정을 숨기는 것보다 힘들다는 걸”
현실 시대에서는 커플만 살아남기 때문에 근시인 여자에게 오버액션을 하면서 애정표현을 하는 데이비드를 보고 숲 속 우두머리에게 서로 좋아하고 있음을 들키고 만다. 그 댓가로 근시녀의 는을 멀게 만들어 버린다.
“짝을 못 찾게 되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으시죠?
"랍스터요"
"왜 하필 랍스터죠?"
"랍스터는 100년 넘게 살아요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지녔고 평생 번식을 합니다. 제가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수영과 수상스키를 했거든요"
"잘 한 결정이에요, 대부분 개를 먼저 떠올리죠"
데이비드가 호텔에 입소하자 매니저가 묻는다. 어떤 동물로 변하고 싶은지, 데이비드는 대답한다. 100년을 사는 랍스터로 변하고 싶다고, 이처럼 대이비는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그 누구보다 생존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왜 내 눈을 먹게 한 거야? 그를 먹게 할 수도 있잖아“
시각을 잃은 근시 여자가 숲속 대장에게 묻는 대사이다. 대장은 데이비드와 근시 여자가 원하는 욕구가 서로 다름을 눈치 챘다. 남자는 생존 본능이 누구보다 강해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형벌을 내린 것이고 근시 여자는 공통점을 가진 자와의 사랑이 중요한 인물이기에 둘과의 유일한 공통점인 근시인 시력을 잃게 만든 것이다.
너무나도 기이하고 독특한 로맨스 영화
로맨스 영화라 하기엔 너무나도 기이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로 자해하고 감정이 없는 척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운명적 상대를 찾는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로맨스 영화라고 규정짓기엔 너무나도 기이한 설정이다. 역시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 답다. 커플이 되지 않으면 동물로 변해 버려진다는 설정이 매우 독특했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을 그려내는 섬세한 연출력과 그의 강점인 블랙 코디미적인 요소를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차근차근 그려나간다. 다소 억지스러운 이 규칙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어떻게 수용이 되는 사회인지 감독은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운명이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잘 맞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개별적인 인격으로 존재할 뿐이다.